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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09일
나는 공무원이었고 그녀는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였다. 부상으로 은퇴한 축구선수와 왕년 잘나가던 탤런트가 이혼하면서, 왠지 모르게 아이는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위에서 떠맡겼으니 거절할 수도 없이 업무의 일환으로 그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업무에 치어 떡실신되는 나로서는 어쩌다 나한테 굴러왔는지 알 수도 없는 아이에게 부모같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서 키울 수는 없었으나, 실지로 그 아이의 교육과 복리후생은 나에게 아이를 맡긴 정부에서 해결해 주고 있었으니 나로서는 걍 적당히 밥 챙겨먹이고 잠이나 재워 주면 그만이었다. 가끔 내가 결혼도 못하고 왜 이 짓을 하나 싶었으나 정부에서는 "아버지는 알콜중독, 어머니는 또 무슨 사유로 인해서 도저히 친권을 행사하게 둘 수 없는데다 당신같이 훌륭한 인재 밑에서 많이 배운 아이로 만들고 싶으니 성인이 될 떄까지 좀 키워달라"고 하더라. 뭐 칭찬도 받았겠다 넉넉한 양육수당도 나오겠다 나는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아이에게 신경을 써 주었고, 그렇게 적당히 자라던 그녀는 어느 순간 인류에게 희소한 재능이 발견되어 채 성년이 되기도 전에 국가안보와 관련된 직종의 핵심인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알콜중독은 개뿔, 그는 멀쩡한 정신으로 에레비디지에(네덜란드 1부 리그)에서 감독을 하고 있었으며, 연예계를 은퇴해 조용히 살고 있는 어머니는 무려 그녀와 쌍둥이인 여자아이와 둘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어머니 본인은 내가 키우던 아이가 모종의 사고로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정부에서 아이를 빼돌려 써먹을 생각으로 나에게 양육을 맡겼던 것이다. 만일 그녀가 내가 아닌 진짜 부모님-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쪽이든- 밑에서 컸으면 어떤 사람으로 자랐을지 씁쓸한 순간 잠에서 깨었다. 머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