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덕 비권장 일기

중고샵에 올려두고도 한참 팔까말까 고민했던 드래곤라자 종이상자 한정판이 안 판다 쪽으로 조금 기우는 순간 팔렸다. 나는 사실 이영도를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드래곤 라자는 어려서 엄청 재미있게 읽은 추억이 있는데다 한정판 전쟁만 보면 눈이 뒤집어지는 고질병 때문에 샀었다. 그 때 깨끗하게 포기했거나 나무상자를 선택해 패배해 버렸더라면 지금의 이 번뇌도 없었겠지. 여튼 은근 급매를 바랬던데다(희망대로 급매되었더라면 차라리 지금같은 번뇌는 없었을 것이다) 가지고 있어봤자 다시 옛날처럼 즐겁게 읽을 것 같지도 않아 판매를 결정했건만 이 찢어지는 가심이는 무엇이란 말이냐. 아마 판덕으로서의 정체성 인증 같은 물건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한 번 마음이 아픈 김에 세월의 돌 듄 아발론 연대기 눈마새 하얀 로냐프강 다 팔아버리고 책장을 싸악 비울까 싶다. 마음에 헛헛하니 큰 구멍을 뚫고 담배나 한 대… 읭?

여러분 탈덕하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죠? 덕후의 영혼의 담돌은 다 덕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조차 아니라 그냥 저수지에 던지는 겁니다. 축구를 끊고 새 만화책 보기를 그만두고 2차창작 글을 쓰지 않으며 꿈꿔오던 삶과 한 발씩 멀어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수 년 전 장난삼아 써서 벽에 붙여둔 [목표는 구단주] 메모는 구겨서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울면서 주섬주섬 다시 꺼내 붙였습니다. 지금 하시는 덕질이 행복하시다면 부디 그냥 계속 그 행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전 책 다 판 돈으로 삼국지나 한 질 사서 너덜거리는 마음의 위안으로 삼아야겠네요. 요새 삼국지는 어느 판본이 좋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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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채다인 2011/06/25 00:20 # 답글

    지낫슈님은 그저 긴 휴덕을 하시는 것 뿐이죠 -ㅅ-)! 탈덕이란 없다능!!
  • ZinaSch 2011/06/27 01:42 #

    전분야 탈덕은 불가할 것 같지만 하나라도 좀 끊고 싶습니다 ㅠ_ㅠ
  • 리카 2011/06/25 00:44 # 답글

    덕질을 안하면 삶의 활력이 떨어져요. 하고 있을 땐 그래도 만사가 좀 긍정적이 되지요ㅎㅎ

    전 삼국지는 리동혁 완역본으로...이중천의 삼국지강의는 무려 저자 사인본으로 갖고 있습니다. 나관중한테 사인 받아야 되는데;
  • 엘러리퀸 2011/06/25 13:01 #

    헉 죽은지 몇백년은 되신분한테 어떻게 사인을? ㅋ
  • ZinaSch 2011/06/27 01:43 #

    그쵸 축구 끊고 우울감에 빠져들었던 2월이 생각나네요... 흑흑
    나관중한테 사인 받으면 그거야말로 재산 취급일듯요! 전 좀 고민하다 팔 것 같습니다(......)
  • 이연 2011/06/25 04:34 # 답글

    아니 이미 마지막 문장에서 탈덕은 요원한 거 아닙니까(...
  • ZinaSch 2011/06/27 01:44 #

    에이 분야별 탈덕이죠! 분야별!(...)
  • Lucypel 2011/06/25 05:56 # 답글

    언제고 축덕계로 돌아오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ㅋ
  • ZinaSch 2011/06/27 01:44 #

    내년 유로 각국 엔트리 보고 생각해보려고요 :9...
  • 키르난 2011/06/25 07:56 # 답글

    처분하고 나면 꼭 몇 달 뒤에 간절히 읽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집 서가에서 뺄 때는 반드시 메모리와 태그 삭제도 함께..(....)
    요즘은 삼국지가 안 떠서 딱 이거다 싶은 판본은 없고요;; 취향의 작가에 따라 고르시거나 좋아하시는 장면만 딱 찍어서 내용을 확인하시고 구입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요코하마 미츠테루 것입니다.(도주)
  • ZinaSch 2011/06/27 01:45 #

    그쵸 드래곤 라자 포장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어볼까...하다가 그냥 다 집어넣었습니다ㅠㅠ 태그 삭제!ㅠㅠ
    그러고 보니 한동안은 삼국지 이 판 저 판 엄청 나왔는데 요샌 조용하네요. 요코야마 삼국지는 어젠가 어디서 19만9천5백원(!)에 파는 걸 봤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울면서 접었습니다ㅠ_ㅠ 둘 데가 없어요헣허...
  • 은비 2011/06/25 10:35 # 답글

    아... 제가 급구매했을 텐데 저에게 파시지<...?
    저도 그래서 본가 창고에 뭔가 들어차 있지만 팔 수가 없....
  • ZinaSch 2011/06/27 01:46 #

    아......ㅠㅠ 이글루스에 먼저 올려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아쉽군요(?)
    친구 말로는 "그거 뭐 다시 꺼내서 보려고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영혼의 일부인 거"라는데 전 영혼을 팔았나봐유ㅠ
  • 엘러리퀸 2011/06/25 12:57 # 답글

    무소유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농담입니다.. ㅋ) 저는 어차피 가지고 있어봐야 이후로 한번 보기 힘든 것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자는 마음에 책을 팔고 있습니다만.. 잘 안 팔립니다.. ㅠㅠ
  • ZinaSch 2011/06/27 01:46 #

    그쵸 저도 그런 마인드로 전환해보고자 했는데... 쉽지 않네요ㅠㅠ
  • 엘러리퀸 2011/06/25 13:01 # 답글

    삼국지연의는 리동혁 완역본이 가장 번역이 좋다고 하는데, 소설적 재미는 좀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문열 본은 각종 오류 때문에(뭐 다른 판본도 없는 것은 아닌데 이것은 평역인지라 더 까이는듯..) 대개는 비추천이고, 소설적 재미는 박종화 본이 좋다고 하더군요. 좀 딱딱한 거 감수하시면 김구용 본도 한시 부분 때문에 좋다고 하고요. ㅋ
  • 리카 2011/06/25 23:08 #

    리동혁 완역본은 종이질이 좋아요ㅋ 이문열본과 비교해 읽으면 재미있을텐데, 이문열꺼는 사족이 많아서 지루해서 못 읽었어요.
    도원결의까지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이문열 것으로 입문하지 않나요^^
  • 엘러리퀸 2011/06/26 00:30 #

    그점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거 때문에 역사 잘못배울까봐..(소설이라면 문제가 덜한데, 아무래도 역사와 비교하는 평역인지라.. ㅋ)
    참고로, 이문열본의 오류 관련은 리동혁씨가 쓴 '삼국지가 울고 있네'라는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본 삼국지를 쓰시기 전에 국내에 나온 삼국지연의 번역본의 오류에 대해 쓴 책인데 주 타겟이 이문열본(아무래도 유명해서--;)입니다. 나름 읽을만합니다. 저자는 이책에서 자신이 제대로 번역한 삼국지연의를 쓰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만든 것이 본 삼국지입니다. ㅋ
  • ZinaSch 2011/06/27 01:50 #

    국내에선 역시 리동혁본을 제일 많이 추천하시는군요 :D 전부 적어두고 검색해봐야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주변에선 메이저한 이문열과 왠지 모르게 정소문본이 많이 읽히던데-.- 전 이문열본은커녕 이문열의 책도 몇 권 읽어보지 않았군요;;
  • 2011/06/25 13: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ZinaSch 2011/06/27 01:52 #

    저보다 많이 읽으셨어욬ㅋㅋㅋㅋㅋㅋㅋ 전 메이져 오브 메이져 이문열 황석영 본을 안 읽었습니다(...) 열 권짜리 읽은 기억은 분명히 있는데 이문열본은 아니었고 황석영본은 나오기 전이었고... 요새 너무 2차창작물만 보느라 뇌가 썩은 것 같아서 비교적 오리지널에 가까운 두 질 정도 끼고 살아볼까 생각중입니다.
    덕질은... 뭐 그렇죠ㅠㅠ 저도 요새 이 분야 저 분야에 슬슬 손이 가는 걸 필사적으로 참고 있습니다ㅠㅠ
  • 벨루나 2011/06/26 16:33 # 답글

    제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갖고 있던 취미생활들을 반 이상 날려먹고 났더니...


    ... 요즘 삶의 의욕이 없어요 -_ㅠ 엉엉
  • ZinaSch 2011/06/27 01:52 #

    그쵸 그게 할 땐 별 거 아닌데 빈자리가 이리도 크다니!ㅠㅠ
  • 벨루나 2011/06/27 16:27 #

    그래서 덕질을 그만두면...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 )

    요즘은 그마저도 시들해져서 의욕제로지만...

    그런 의미에서 언제 식사라도 (얌마)
  • 어릿광대 2011/06/26 21:32 # 답글

    탈덕해도 다른 취미가 저를 부르고있는데 정신차리고보면 다른취미에 올인하고있는 제모습을 발견하고있죠..
    지금 제모습이 딱 그거죠 ㅎㅎ ㅠㅠ
  • ZinaSch 2011/06/27 01:53 #

    그르게요 총덕량은 보존되나봅니다 ㅎㅎ......
  • 장원 2011/06/28 00:28 # 삭제 답글

    삼국지는 1. 고우영 2. 요코야마 미츠데루 가 좋았습니다. 굳이 그림 없는 글자본을 보시려면 정비석 삼국지가 괜찮았는데 요즘 있나..
  • ZinaSch 2011/06/28 00:38 #

    고우영판은 딴지 씨디본으로 가지고 있는데 아저씨스러운 섹드립이 너무했어요... 여자분들 중엔 이것 때문에 싫어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꽤 되더라구요. 전략삼국지는 아무래도 판소 다 팔아서 얼른 책장 정리하고 한 질 사야겠습니다-_-;
    삼국지들은 국내 판본들도 시간이 가면서 개정이니 재출간이니 아주 난리가 나 있네요 ;ㅁ; 정비석본은 찾아보니 최근에 재출간됐는데 옛날 그대로가 아니라는 소문도 있군요-_-... 출판사는 얼불노의 그 은행나무... 음.
  • 2011/06/28 23:5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ZinaSch 2011/07/05 01:25 #

    남성향인 열도의 다른 것들(...)은 저도 꽤 봤는데 종류 따라 재미있는 것도 있고 그렇더라구요ㅋㅋㅋ 일기당천이라든가 연희무쌍이라든가 으음.... 아 얘들은 삼국지가 아닌가(......) 21세기형 섹드립에는 꽤 단련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옛날식의 먹는 섹드립-_-은 버티기 어렵더라구요 ㅠ_ㅠ
    삼국전투기 얼마 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군요! 최훈 만화는 이상하게 눈에 안 들어와서 안 읽고 미루고 있었는데 최근에 야구 보기 시작하면서 그럭저럭 익숙해져 삼국전투기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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