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샵에 올려두고도 한참 팔까말까 고민했던 드래곤라자 종이상자 한정판이 안 판다 쪽으로 조금 기우는 순간 팔렸다. 나는 사실 이영도를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드래곤 라자는 어려서 엄청 재미있게 읽은 추억이 있는데다 한정판 전쟁만 보면 눈이 뒤집어지는 고질병 때문에 샀었다. 그 때 깨끗하게 포기했거나 나무상자를 선택해 패배해 버렸더라면 지금의 이 번뇌도 없었겠지. 여튼 은근 급매를 바랬던데다(희망대로 급매되었더라면 차라리 지금같은 번뇌는 없었을 것이다) 가지고 있어봤자 다시 옛날처럼 즐겁게 읽을 것 같지도 않아 판매를 결정했건만 이 찢어지는 가심이는 무엇이란 말이냐. 아마 판덕으로서의 정체성 인증 같은 물건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한 번 마음이 아픈 김에 세월의 돌 듄 아발론 연대기 눈마새 하얀 로냐프강 다 팔아버리고 책장을 싸악 비울까 싶다. 마음에 헛헛하니 큰 구멍을 뚫고 담배나 한 대… 읭?
여러분 탈덕하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죠? 덕후의 영혼의 담돌은 다 덕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조차 아니라 그냥 저수지에 던지는 겁니다. 축구를 끊고 새 만화책 보기를 그만두고 2차창작 글을 쓰지 않으며 꿈꿔오던 삶과 한 발씩 멀어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수 년 전 장난삼아 써서 벽에 붙여둔 [목표는 구단주] 메모는 구겨서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울면서 주섬주섬 다시 꺼내 붙였습니다. 지금 하시는 덕질이 행복하시다면 부디 그냥 계속 그 행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전 책 다 판 돈으로 삼국지나 한 질 사서 너덜거리는 마음의 위안으로 삼아야겠네요. 요새 삼국지는 어느 판본이 좋은가요?(......)
덧글
전 삼국지는 리동혁 완역본으로...이중천의 삼국지강의는 무려 저자 사인본으로 갖고 있습니다. 나관중한테 사인 받아야 되는데;
나관중한테 사인 받으면 그거야말로 재산 취급일듯요! 전 좀 고민하다 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삼국지가 안 떠서 딱 이거다 싶은 판본은 없고요;; 취향의 작가에 따라 고르시거나 좋아하시는 장면만 딱 찍어서 내용을 확인하시고 구입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요코하마 미츠테루 것입니다.(도주)
그러고 보니 한동안은 삼국지 이 판 저 판 엄청 나왔는데 요샌 조용하네요. 요코야마 삼국지는 어젠가 어디서 19만9천5백원(!)에 파는 걸 봤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울면서 접었습니다ㅠ_ㅠ 둘 데가 없어요헣허...
저도 그래서 본가 창고에 뭔가 들어차 있지만 팔 수가 없....
친구 말로는 "그거 뭐 다시 꺼내서 보려고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영혼의 일부인 거"라는데 전 영혼을 팔았나봐유ㅠ
도원결의까지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이문열 것으로 입문하지 않나요^^
참고로, 이문열본의 오류 관련은 리동혁씨가 쓴 '삼국지가 울고 있네'라는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본 삼국지를 쓰시기 전에 국내에 나온 삼국지연의 번역본의 오류에 대해 쓴 책인데 주 타겟이 이문열본(아무래도 유명해서--;)입니다. 나름 읽을만합니다. 저자는 이책에서 자신이 제대로 번역한 삼국지연의를 쓰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만든 것이 본 삼국지입니다. ㅋ
덕질은... 뭐 그렇죠ㅠㅠ 저도 요새 이 분야 저 분야에 슬슬 손이 가는 걸 필사적으로 참고 있습니다ㅠㅠ
... 요즘 삶의 의욕이 없어요 -_ㅠ 엉엉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 )
요즘은 그마저도 시들해져서 의욕제로지만...
그런 의미에서 언제 식사라도 (얌마)
지금 제모습이 딱 그거죠 ㅎㅎ ㅠㅠ
삼국지들은 국내 판본들도 시간이 가면서 개정이니 재출간이니 아주 난리가 나 있네요 ;ㅁ; 정비석본은 찾아보니 최근에 재출간됐는데 옛날 그대로가 아니라는 소문도 있군요-_-... 출판사는 얼불노의 그 은행나무... 음.
삼국전투기 얼마 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군요! 최훈 만화는 이상하게 눈에 안 들어와서 안 읽고 미루고 있었는데 최근에 야구 보기 시작하면서 그럭저럭 익숙해져 삼국전투기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