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고기가 먹고 싶어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되고 나니 "나의 막혀로 어떻게 리뷰할 것인가" 라는 걱정에 괜시리 마음이 무거웠던 쿠킨스테이크 신림직영점. 오래 전부터 함께 고기를 먹으리라 굳게 약속하였던 B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위치는 신림역 3번 출구에서 직행하면 보이는 셔츠스튜디오 골목...에 들어가니 바로 있더군요. 간판은 큰데 입구가 잘 안 보여서 순간 놀랐습니다; 1층엔 카페 2층엔 일식 주점이 있고 3층이 쿠킨스테이크더군요.
안내받아 들어가니 두어 팀 정도가 식사를 하고 계셨고 예약석이 몇 개 있었습니다. 내부 사진도 찍어올걸 잠시 후회가;;되는데, 인테리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문하신 분들의 사진에서는 상당한 산만함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냥 고전미가 느껴지는; 경양식집의 모습입니다. 창가에 와인병을 쭉 늘어놓은 모습이 볼만했는데, 특선메뉴를 켄트지에 써서 유리창에 붙여 놓은 것은 많이 거슬렸습니다. 왠지 술집 안주세트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기가 공짜니 뭔가 다른 것도 시켜보자!" 는 마음으로, 배부를 것이라는 B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립아이+양갈비 스테이크에 치킨샐러드, 아이스티와 샹그리아 한 잔을 주문했습니다...만 샹그리아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다른 와인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 홈페이지에는 없네요.
가장 먼저 사람 수만큼 빵이 나옵니다. 맛은...빵맛; 버터와 사과잼이 함께 나옵니다. 버터포션은... 뭐 그렇고; 사과잼은 곱고 진득하고 달디단 것이 살짝 저렴한 느낌. 주로 버터를 발라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프. ...평범합니다; 달리 부연할 말이 없군요. 순도 일백프로의 오뚜기는 아닙니다만 특별히 달리 이름붙일 만한 재료가 없는 크림스프. 스프보다는 슾;이 어울립니다. 쿠킨스테이크의 고전 경양식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이 슾이 아닌가 싶습니다.
뒷편엔 사과잼과 피클. 오이피클과 할라피뇨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피클은 원래 싫어해서 손도 안 대기에 뭐라 평할 수는 없지만 눈으로는 역시 그냥 평범해 보입니다. 와일드한 자가제 느낌 피클이 보기엔 더 좋은데... <<
립톤 아이스티. 복숭아맛입니다. 엄청 많고 엄청 진하고 엄청 답니다. 시켜놓고 조금 후회했습니다-_-;;
사진에 벽이 찍혔는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 좀 그렇군요; 두어가지 모양의 꽃이 커다랗게 줄줄이 프린트되어 있는데, 밥 먹으면서는 그냥저냥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쁜 접시에 담겨 나온 치킨샐러드. 양상추/양배추에 구운 닭고기가 함께 나옵니다. 닭고기 반대쪽에 파인애플도 보이는군요-_-;; 뒤집어보면 파인애플 조각들이 더 나옵니다;
채소와 닭고기야 그냥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드레싱이 답니다;; 농도가 낮은 묽은 드레싱인데 한 입 먹고 "달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정확히 정체가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있습니다만 자꾸 포크에 걸리는 파인애플로 보아 그 녀석들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쁘게 늘어놓아진 파인애플들은 고기 다 먹고 후식으로 먹었습니다.
제가 먹은 양갈비 스테이크입니다. 소스를 얹은 양갈비 두 대, 후리가케를 얹은 밥과 야채-호박,감자,버섯,파프리카가 나옵니다.
한 단계씩 더 익혀 나온다는 평이 많아서 미디움으로 주문했습니다만 미디움과 미디움 웰던의 중간쯤 되는 고기가 나오더군요. 본래 미디움 웰던을 즐겨먹기에 적당히 만족했습니다. 양은 남자분이라면 적으실 듯 합니다. 저는 배는 잘 찼습니다만 "한 조각만 더 ;ㅁ;"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양고기는 카레집에서 두어 번 먹어 본 게 다인데 꽤나 부드러워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양갈비 스테이크도 부드럽게 잘리고 부드럽게 씹혔습니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꺼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쿠킨스테이크에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싶습니다. 소스 향이 많이 강합니다. 선택의 여지 없는 아마도 브라운 소스인데 달고 향도 강하고... 양고기 냄새따윈 가릴 수 있습니다.;; 전 마음에 차지는 않더군요. 마지막 조각을 먹을 때 후추를 씹었습니다 ㅇ<-ㄷ
밥에 얹은 후리가케는 없는 게 낫겠네요. 한 입 먹는 순간 주변이 일식집으로 보였습니다. 요만한 밥에 양이 어찌나 많은지 접시에서 포크로 비벼먹을 수도 없고;; 다 걷어내고 먹었습니다. 정 모양새가 문제라면 통깨를 몇 개 얹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호박과 버섯은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감자는 커다란 것이 익다 말았더군요. 이빨 들어가다 마는 감자 싫어요 ;ㅁ; B님과 저 양 쪽 모두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B님이 드신 립아이스테이크. 소스는 스페셜/브라운/데리야끼/와인 중 선택 가능합니다. 리뷰하러 왔으니 가게 특제라는 스페셜 소스에, 역시 미디움으로 주문했습니다.
살짝 얇은 고기 두 덩이에 위와 같은 가니쉬가 함께 나옵니다. 고기님은 어떻게 조리해도 고기님입니다만 익힘 상태가 고르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고기는 훌륭한 미디움이었지만 왼쪽은 스테이크라기보다는 장조림 느낌이 날 정도... 안 잘리고 막 뭉개지더군요ㅠㅠ
소스는 마일드하지만 좁 답니다. 사실 전 저걸 먹어보기 전까지 양갈비스테이크의 소스의 강한 향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 막혀로 무슨 리뷰를 하겠다고 달려들었는지... 소스만 놓고 리뷰하자면 립아이에 쓰인 스페셜 소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고기님의 맛을 좀 더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문시 누락되어 뒤늦게 나온;; 스위트한 레드와인입니다. 샹그리아가 준비되지 않는다고 같은 가격(5천원)의 와인을 추천해주셨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B님은 향을 맡자마자 "헉 달다!"라고 외치셨습니다. 저도 한 모금 얻어마셔 봤습니다만 정말 달더군요. 향이 딱 설탕포도 향입니다.
+ 뒤에 B님의 렛츠리뷰 당첨품인 디올 립스틱이 보입니다(;)
+ 이름 생각났다! '벨라 비타' 입니다.
후식으로 준비된 루이보스티. 특별할 건 없지만 본래 좋아하는 차인지라 맛있게 마셨습니다. 이 사진에 테이블보가 제대로 나왔네요. 고전풍 경양식집의 컨셉과 어울리는 따스한 느낌의 테이블보입니다.
뭐 이거 달단 얘기밖에 안 했네요-_-;; 단 거 좋아합니다만 진짜 달았어요... 아이스티와 와인 선택에서 피를 본 듯 합니다; 음료가 안 달았으면 어찌어찌 균형이 맞았을 것도 같습니다. 혹시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아이스티를 주문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ㅠㅠ
메뉴판을 자세히 보고 오지 않았습니다만 치킨샐러드가 7000원/스페셜샐러드가 15000원인 것이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스테이크류도 프랜차이즈 패밀리레스토랑들보다는 확실히 저렴한 듯 합니다. 혹시 고기에 대고 칼질하고 싶은 욕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면 가끔 방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양도 있고 연어도 있고 가격에 비해서는 선택폭도 넓은 편인 것 같으니까요. 2006년에 이수 본점에서 오늘의 스테이크를 만원에 먹은 기억이 나는데, 만원짜리 한 장이라면 스테이크로서는 가격대비 훌륭합니다. 그런데 양갈비는 좀 비쌀 것 같네요-_-;;; 돈 주고 먹으라면 립아이보다는 양갈비를 선택할텐데...
서비스는 좀 아쉬웠습니다. 불친절까지는 아니지만 무성의의 경계에 발바닥 반쯤 걸치고 있는 느낌? 왠지 큰 소리로 서버를 부르고 싶지는 않은 분위기인데 좀 정기적으로 고개를 들어 테이블 상태를 확인해 줬으면 합니다 ;ㅁ; 소리내서 부르면 바로 와주긴 하지만요.
화장실은 두 칸에 세면대 둘, 수건과 드라이어;와 빗;과 왁스ㅠㅠ 헤어스프레이ㅠㅠ까지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이거 우리 쓰라고 놔둔 건가 ;ㅁ; 컴퓨터용 사인펜까지 놓여 있는 건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만... 화장실 인테리어는 그냥 그랬습니다만 세면대 외에 화장용 거울도 따로 있고 위생상태가 양호했습니다.
편안한 고전풍 경양식집 분위기에 선택의 폭을 넓힌 메뉴, 가격경쟁력까지는 훌륭합니다만 전반적으로 단 맛이 강한 음식이 마음에 걸리는 쿠킨스테이크였습니다. 저는 그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곳곳에 보이는 악평에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구멍 열 개짜리 와인쿠폰을 주시던데 열 개 다 채울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맛의 균형을 맞춰야 할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메뉴판을 소홀히 한 죄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홈페이지의 충실한 관리가 절실합니다. 뭐라 꼭 찝어 말할 수 없이 총체적으로 부실합니다. 와인리스트 정도야 지점별로 다를 수 있지만 메인메뉴 설명이 부실하면 안 되죠. 지점 리스트에도 천호점이 빠져 있고... 결정적으로 홈페이지에는 부가가치세가 가산된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 계산시에는 가산되지 않았습니다. 메뉴판에 적힌 대로 샐러드 7천원 + 아이스티 4천원 + 와인 5천원 다 합해 1만6천원.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는 홈페이지는 제 생각에는 맛의 문제만큼이나 심각합니다. 빠른 시정이 필요할 듯;
이래저래 불평이 많았습니다만 (렛츠리뷰토크를 곁들여) 즐겁게 칼질을 하고 왔습니다. 결심하고 품평을 하고 음식 먹어 본 것도 처음이고, 이런저런 리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뼛속까지 블로거가 된 느낌이라 신선했습니다 ㅇ<-ㄷ
좋은 기회 주신 이글루스와 쿠킨스테이크에 감사드립니다.
+ 인데 지금 라엘님의 리뷰(렛츠리뷰 누르면 나오고 밑에 관련글도 뜨니 별도 트랙백 생략) 보고 좀 화났다?ㅠㅠ 통피클이네열... 그런데 라엘님 테이블엔 할라피뇨가 없었... 아 그냥 넘어가야 하나 넘어가야 하나... 같은 메뉴 시켜서 다른 접시 받으려면 왜 음식점 가나열ㅠㅠ 다른 분들의 리뷰도 읽어보니 어째 상태가 물결그래프인 것이 나는 운이 좋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