友: 세인트 제임스 파크 땅이나 파봐라. 눈도 못 감고 죽은 선더랜드 용사의 묘가 나올 거야...
자 가볍게, 기자의 명성 때문인지 세간의 평가 때문인지 크리스마스부터 반짝하다가 완전히 식어버린 조재진 떡밥부터 시작하자. 개인적으로 조재진 선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뉴캐슬에서 한국 선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꽤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두근두근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협상이 불발로 끝났다. 사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선수가 영국까지 가 있는 상황에서 "협상결렬" 발표가 나 버린 것은 일전 이영표의 AS로마 이적 거부 사건만큼이나 강력한 떡밥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빨리도 식더라. 오랜만에 영어 페이지 돌아다니면서 어디선가 몰려든 한국인들&한까들의 난동을 목격하고 조금 속이 상했다.
자 서론은 이쯤 하고 'ㅅ') 뜬금없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조재진은 영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니폼 팔이다 즉시전력감이 안 된다 벤치만 달굴 것이다 등등 현지에서도 여기서도 혹평이 많았지만, 일단 팀이 지금 체제로 안정적으로 굴러가려면 조재진의 영입 중단 사태는 있어서는 안 되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시키던가...
EPL을 열심히 본 건 지난 시즌부터,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특히 유심히 본 건 이번 시즌부터이므로 그보다 전 이야기들은 들은 걸 끼워맞출 수 밖에 없지만, 여튼 들은 바에 따르면 빅샘, 샘 알라다이스는 떡대 오타쿠... 대단히 장신 선호도가 높은 감독이며, 본인은 "그렇게 보일 뿐 뻥축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여튼 정통 잉글랜드식 뻥축구-_-;;;에 대한 선호가 비교적 높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지난 시즌까지 맡았던 볼튼은 다 기다란 선수들로 채워져 있으며, 그는 그 중 수비수 압둘라예 파예를 뉴캐슬로 데려왔다.(중간에 부상이 있긴 했지만 제일 괜찮은 영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알라다이스가 볼 때 뉴캐슬 포워드진은 아마도 꽤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잉글랜드의 스타 마이클 오웬과 나이지리아의 스트라이커 오바페미 마르틴스는 둘 다 빠른 발과 작은 키를 가진 선수이며, 크다고 있는 선수는 숄라 아메오비-_-와 꼬꼬마 캐롤. 앨런 스미스도 있지만 장신에는 한 십센티 부족하다.(178cm이라는 키 참 애매하지 않은가?;;) 자유계약으로 마크 비두카를 업어왔지만 비두카는 거대한 체격에서 연상되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아니라서, 모두 스타일 면에서 보면 알라다이스의 취향에 부족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이 포워드진을 입맛대로 싹싹 정리할 수 있는가 하면 불가능하다. 누구를 정리할까? 마이클 오웬? 그나마 지난 시즌 뉴캐슬을 살린 마르틴스? 아직 고이고이 키워야 할 캐롤? 굳이 정리하자면 아메오비뿐인데 우리 충성심 킹왕짱인 오징어를 마구 팔기엔 또 좀 그렇다.(빅샘은 얼마 전에도 아메오비를 이번 겨울 팔지 않겠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알라다이스 부임 이후 공격수를 둘이나 데려왔지만 완전 감독 취향의 선수를 업어오지는 못한 뉴캐슬은 볼튼의 아넬카나 발렌시아의 지기치 등과 루머를 뿌리다가, 갑작스레 J리그에서 뛰던 한국 선수를 고르기에 이른다.
일단 앞에서 언급한 두 선수를 데려오면서 다른 공격수를 가만히 두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꼭 누군가는 언해피를 띄울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 딱히 정리할 만한 선수도 없고... 그렇다면 좀 더 만만해 보이는 리그에서 싼 값을 주고, 맘에 드는 스타일의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아마도 벤치를 달구는 시간이 좀 길어도 불평이 적을 것이며, 실패한 영입으로 끝난다 해도 비난도 적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중간에 많은 유럽 리그를 두고 J리그로 펄쩍 뛴 건 좀 그래 보이지만) 월드컵에서 나름 돋보였던 헤딩머신 조재진의 영입은 그의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런 선수 찾는 건 일찍이 알고 있었으니... 게다가 그는 공짜에, 훌륭한 YouTube클립도 가지고 있다(현지 팬들이 비디오 보고 많이들 감탄하더라). 1월엔 마르틴스의 자리가 비니 비교적 주전 경쟁이 심하지 않을 때 써먹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알라다이스의 머리에는 이러한 일반적으로 생각 가능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조재진의 영입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계약이 성사단계라면서 선수까지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막판에 별로 뚜렷한 이유도 없이 협상이 결렬되어 메디컬 테스트도 받지 못하고 말았다. 조재진이 직접 연봉협상하려고 영국까지 날아갔겠는가-_- 메디컬 테스트 할 테니 오라고 해서 갔겠지. 막판에 어깃장을 놓은 것은 아무리 봐도 보드진 쪽이다. 이미 "우리도 유망주를 키운다", "이번 겨울에 이적자금은 없다"고 못을 박았던 보드진이기에 이것 또한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완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영국 갔다길래 조재진 건은 되는 줄 알았지!
알라다이스는 현 구단주 마이크 애쉴리의 구단 인수 이후로 은근히, 하지만 끊임없이(;;) 경질설에 시달려왔으며, 구단측은 꾸준히 이를 부인해왔지만 갈수록 막장기로를 달리는 팀의 성적을 보며 결국 빠른 경질은 피하더라도 알라다이스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한 듯하다. 긴 안목을 가지고 알라다이스의 팀 리빌딩을 지원할 계획이었다면, 뭐 대단한 선수도 아니고 아시아의 자유 계약 선수의 영입 정도에 난색을 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조재진의 영입 불발로 알라다이스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께가 휑해진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P 한국인으로서 대단히 씁쓸한 해프닝이기도 하지만, 최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음 편 예고:
쌔미 우리는 그 안경이... 아니 승점이 필요하다
+ 우와 뭐지 이 횡설수설한 글은! 그래도 일단 맨시전 전에 포스팅해야 할 것 같아서...